저급한 자들이 통치하는 ‘카키스토크라시’, 민주주의의 위기인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카키스토크라시’의 의미와 배경

영국의 유력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를 2024년의 단어로 선정했다. ‘가장 저열한 자들의 지배’를 의미하는 이 단어는 그리스어 형용사 ‘카코스'(kakos·나쁜, 못된)의 최상급 ‘카키스토'(kakisto)와 ‘크라시'(cracy·지배)의 합성어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가 4년간의 부재 끝에 백악관으로 돌아온 것은 모든 곳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미국인의 절반을 비롯해 세계의 많은 이들의 두려움을 간결하게 요약했기 때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카키스토크라시라는 용어는 17세기 영국에서 처음 사용되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특히 2017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을 전후로 이 단어가 재조명되었고, 2024년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시 한 번 화두로 떠올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경고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고별 칼럼에서 카키스토크라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타나고 있는 ‘카키스토크라시’에 맞서 싸운다면 결국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크루그먼 교수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이 평화와 번영을 당연하게 여겼고 유럽에서도 정치, 경제적 통합이 진행되는 등 상황이 잘 돌아가는 듯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금은 낙관주의가 분노와 원망으로 바뀌었다며 그 원인을 ‘엘리트에 대한 신뢰 붕괴’라고 짚었다.그는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의 유럽 재정위기 등을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으로 꼽았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대중들은 이제 더 이상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없고, 그들이 정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카키스토크라시의 전 세계적 확산

카키스토크라시 현상은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과 극우 정치의 부상, 민주주의의 후퇴 등이 관찰되고 있다. 프랑스의 마린 르펜,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는 세계화에 따른 불평등 심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이민자 증가에 따른 문화적 갈등 등이 지목된다. 이로 인해 기존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단순하고 극단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정치인들이 지지를 얻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 현실과 카키스토크라시

한국 역시 카키스토크라시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발생한 계엄령 발동 사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과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된 상황’ 등을 이유로 들며 계엄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이는 크루그먼 교수가 2017년 카키스토크라시에 대해 언급한 “자신을 비판하는 모든 사람을 향해 맹렬히 공격하고 위협”, “대중 투표에서 졌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문구와 맥을 같이 한다.다행히 한국에서는 국민들의 저항과 군인들의 이성적 판단으로 비상식적 상황을 막아냈다. 이는 크루그먼 교수가 말한 “최악의 통치인 카키스토크라시에 맞서 싸운다면, 결국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말이 현실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카키스토크라시 극복을 위한 과제

카키스토크라시를 극복하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1. 정치 교육 강화: 시민들의 정치 의식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높여야 한다.
  2. 언론의 역할 강화: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정치인의 자질 향상: 정직성, 전문성, 도덕성을 갖춘 정치인들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
  4. 사회 불평등 해소: 경제적 불평등과 기회의 불평등을 줄여 사회 통합을 이뤄야 한다.
  5.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 극단적 대립을 지양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카키스토크라시 극복 방안내용
정치 교육 강화시민들의 정치 의식과 비판적 사고 능력 향상
언론의 역할 강화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통한 올바른 판단 유도
정치인의 자질 향상정직성, 전문성, 도덕성을 갖춘 정치인 육성
사회 불평등 해소경제적 불평등과 기회의 불평등 감소를 통한 사회 통합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극단적 대립 지양, 다양한 의견 존중

결론: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한 우리의 역할

카키스토크라시의 등장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민 개개인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비판적 사고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크루그먼 교수의 말처럼 “분노가 나쁜 사람들이 권력을 잡도록 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들이 계속 그 자리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언젠가 대중이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거짓 약속을 하지 않으며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카키스토크라시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동시에 이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카키스토크라시, #민주주의위기, #정치교육, #시민참여, #사회불평등, #언론의역할, #정치인의자질, #대화와타협, #폴크루그먼, #이코노미스트